봉준호 감독의 2017년 작품 옥자는 생명과 소비, 우정과 탐욕의 경계에서 인간성과 윤리를 되묻는 독창적인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동시 공개된 이 영화는 상업성과 메시지, 장르와 실험정신을 모두 잡은 드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거대한 슈퍼돼지 '옥자'와 소녀 '미자'의 깊은 유대를 중심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과 대기업의 이면, 그리고 소비자의 책임까지 폭넓은 화두를 던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지한 고민을 안깁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옥자의 줄거리(스포일러 포함), 영화적 특징과 연출, 꼭 봐야 하는 이유, 그리고 추천 및 비추천 대상, 별점까지 상세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옥자, 2017 영화 개요.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넷플릭스와 브래드 피트가 공동 설립한 제작사 '플랜 B'가 제작에 참여한 국제 프로젝트입니다. 201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넷플릭스 상영 방식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한국과 미국, 글로벌 무대를 배경으로 하며, 한국 배우 안서현, 변희봉은 물론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등 글로벌 배우들이 함께 출연해 다국적 캐스팅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장르는 어드벤처, 드라마, 풍자 코미디, 환경 스릴러 등 다양한 색채가 뒤섞인 복합 장르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비판적 시선과 유머, 감성까지 조화롭게 담아냈습니다.
옥자, 2017 줄거리 (스포 참고)
2007년, 글로벌 식품 대기업 '미란도'는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거대 돼지들을 전 세계 26개국의 농가에 분양하고, 10년 후 어느 슈퍼돼지가 가장 건강하게 자랐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한국의 깊은 산골에서는 노인 '허 회장(변희봉)'과 그의 손녀 '미자(안서현)'가 슈퍼돼지 '옥자'를 정성껏 키우며, 그녀를 단순한 가축이 아닌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10년이 지나, 미란도 측은 옥자를 '최우수 슈퍼돼지'로 선정하고, 미국 뉴욕 본사에서 열리는 미디어 행사에 전시하기 위해 옥자를 서울로 데려가기로 결정합니다. 미자는 처음에는 옥자가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이송 당일 옥자가 끌려가자 큰 충격을 받고 직접 서울까지 찾아가 옥자를 되찾으려 합니다.
서울의 한 백화점 옥상에서 미자는 간신히 옥자를 찾고, 둘은 함께 도망치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동물 해방 전선(ALF)의 계획된 작전으로 이어지고, 옥자는 다시 ALF의 목적에 따라 미란도의 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ALF는 옥자에게 미란도의 학대 실태를 몰래카메라로 기록하게 한 뒤, 그 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순수한 미자는 이들의 의도를 처음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곧 ALF가 옥자의 고통을 방치한 채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미자는 결국 미국으로 떠나 옥자를 직접 구출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할아버지가 남긴 금돼지 목걸이를 들고 뉴욕으로 향합니다.
한편, 미란도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 선한 얼굴을 내세우지만, 실제 기업 운영은 동물 착취에 기반하고 있음을 점차 드러냅니다. 도축장으로 옮겨진 옥자는 같은 슈퍼돼지들 앞에서 고통스러운 검사를 받고,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교배 실험까지 겪으며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미자가 도축장에 도착하고 옥자와 다시 재회합니다. 그녀는 눈물로 옥자를 지키려 애쓰지만, 규정에 따라 곧 도축될 상황입니다. 이때 그녀는 어릴 적 옥자에게 선물했던 '금돼지 목걸이'를 루시에게 내밀며 거래를 제안합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은 루시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끌어내고, 그녀는 결국 옥자 한 마리만을 특별히 방면해주는 결정을 내립니다. 미자와 옥자는 극적으로 도축장을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는 순간, 수천 마리의 슈퍼돼지들이 도축장 철창 안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울부짖는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한 마리의 슈퍼돼지가 아기 돼지를 몰래 옥자의 입에 넣어주는 장면은, 이 영화가 단순히 한 생명의 구출을 넘어, 인간의 식량 시스템과 동물의 존엄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옥자와 미자는 다시 산골로 돌아와 평화로운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관객은 결코 영화 속 일상으로만 끝나지 않는 현실의 무게를 깊게 느끼게 됩니다.
옥자, 2017 영화의 분석 및 특징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 극대화된 작품입니다. 따뜻한 감성과 블랙 유머, 그리고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하나의 서사에 녹여내는 그의 연출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됩니다. 특히 영화의 중심에 있는 '옥자'라는 존재는 단순한 CG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고 감정적인 묘사가 돋보입니다. 기술적으로도 눈에 띕니다. 옥자의 움직임, 표정, 눈빛은 시각효과(VFX)의 정점을 보여주며 관객의 감정을 건드립니다. 미자와 옥자의 교감 장면은 감정적으로 깊은 울림을 전하고, 반면 미국 본사 장면에서는 현실의 육류 산업과 자본의 잔혹함이 과장된 듯 현실감 있게 표현됩니다.
또한 옥자는 글로벌 시장을 의식한 영화이면서도, 봉준호 감독 특유의 정서와 시선을 놓치지 않습니다. 한국어와 영어가 자연스럽게 오가며, 동서양 문화, 자본주의 비판, 생명윤리 문제를 유려하게 엮어냅니다.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미친 과학자 캐릭터나 틸다 스윈튼의 이중적인 CEO 연기도 영화의 기괴함과 메시지를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옥자는 왜 꼭 봐야 하는 영화인가?
옥자는 단순한 동물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소비하는 고기 한 점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윤리적, 환경적, 감정적 대가가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아이와 거대 돼지의 우정을 통해 풀어내기에, 더 깊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가치관으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안에 불편한 진실이 녹아 있는 구조는 옥자를 단순한 감성 영화로 머무르지 않게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보는 내내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스릴과 유머, 긴박한 전개를 잃지 않기에 2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기술, 연기, 주제, 연출 모두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다소 무거운 메시지와 일부 장면의 충격성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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