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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연애 빠진 로맨스] 사랑은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어. 결말, 감상평

by 돔디 2025. 4. 3.

연애 빠진 로맨스 줄거리(결말, 스포)

정현은 29살. 방송국 계약직 작가로 일하고 있다. 정규직도 아니고, 늘 프로젝트가 끝날까 불안하다. 아이템은 통과되지 않고, 팀장은 핀잔만 준다. 혼자 사는 원룸은 조용하지만 공허하다. 세상과 단절돼 있는 기분이 들어도, 누군가에게 마음 열기도 귀찮고,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도 않다. 술 마신 어느 날, 연애 앱을 깐다. 자기 소개는 건조하게, 사진도 성의 없이 올린다. 그래도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차널리'라는 이름의 남자다. 그는 자신을 프리랜서 기자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은 실직 상태다. 전 여자친구와 애매하게 끝났고, 요즘은 대충 하루를 때우는 삶을 살고 있다. 정현과 널리는 처음부터 솔직하다. 둘 다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 애틋한 감정에 휘둘리는 것도,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도 지겹다. 그러니까 서로 조건은 단순하게, 연애는 아니지만 만날 수는 있어. 감정은 없지만 따뜻한 건 괜찮아 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엔 섹스였고, 그다음엔 밥이었다. 그 다음엔 맥주, 영화, 퇴근 후의 전화. 이름이 없고, 규칙도 없는 관계지만 서로의 일상에 스며드는 건 생각보다 빠르다. 정현은 여전히 '쿨한 사람'처럼 굴지만 사실 누군가와 웃는 일이 오랜만이라는 걸 안다. 널리는 무심한 척하지만 정현의 말에 자주 귀가 쏠리고, 문자가 늦으면 괜히 신경이 쓰인다. 관계는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감정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는데, 왜 자꾸 서로의 말에 서운해지고, 기다리게 되고, 기대하게 될까. 정현은 솔직해지려 할수록 더 방어적으로 변하고, 널리는 말 대신 침묵을 택한다. 그 침묵이 쌓이고 쌓여, 결국 다툼으로 번진다. 싸움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왜 말 안 해?", "넌 왜 그렇게 다 알아서 해버려?", "좋아하면 뭐 어때서?" 그 말들이 나올 때까지 둘은 너무 오래 애써왔던 것이다. 관계는 한 번 멀어진다. 연락은 끊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상하게 텅 비어 있다. 그 관계가 연애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을 줄 몰랐다. 정현도, 널리도 각자 시간을 보낸 뒤 조심스럽게 다시 마주선다. 이번엔 조금 더 정직한 마음으로. 영화는 결국 '연애를 시작했습니다'라는 결말을 주지 않는다. 둘은 완전히 가까워지지도,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이 사람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누군가와 진심 없이 연결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때로는 더 진심이 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고백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그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이 영화는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랑은 빠졌지만, 진심은 아주 깊이 들어가 있으니까.

 

연애 빠진 로맨스 영화의 특징들(2가지)

손석구의 연애 빠진 로맨스! 그 영화의 특징을 두 가지로 살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쿨함'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감정의 허기.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를 회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 감정에 예민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현도, 널리도 입으로는 "우리 연애 아니잖아"라고 말하지만 그 말의 이면엔 "혹시라도 마음이 생겼다는 걸 들킬까 봐" 겁내는 표정이 숨어 있다. 둘은 만남속에서 자꾸 쿨한 척을 하려고 한다. 먼저 좋아하면 지는 것 같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감정을 누르는 듯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 '쿨함'이 가장 뜨거운 감정을 덮기 위한 얇은 이불 같이 다가온다. 이 영화는 말해지지 못한 감정, 혹은 말하면 무너질까 봐 끝내 삼켜버린 마음들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영화가 '연애 빠진'게 아니라 '표현 빠진 로맨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보여진다.

두 번째, 연애 서사 같지만, 사실은 '자기 감정 복원'에 가까운 이야기. 보통 로맨스 영화는 상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내면을 보여주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정현이나 널리가 진짜로 바뀌는 건 서로 때문에라기보다, 그 관계 안에서 나 자신을 다시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현은 널리를 만나며 자기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누군가에게 상처받을까 봐 감정을 숨기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널리도 정현을 통해 자기가 얼마나 관계에 무심한 척 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둘이 사랑을 시작하느냐 마느냐보다 그 과정에서 자기 마음의 결을 조금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게 이 영화의 진짜 핵심 같다. 그래서 이 영화를 '연애 영화'로 보기보다 자기 감정 복원기로 보는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남과의 연결이 아니라, 그 연결 속에서 결국 '나'를 마주하는 이야기.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고 난 후 감상평(느낀점)

한창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할 때 였었습니다. 그녀가 손석구 팬이라고, 꼭 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극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자기만의 연예인으로서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유명해지는걸 우려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큰 기대감과 함께 연애 빠진 로맨스를 접하게 되었고, 보고 난 이후 마음에 오래도록 남으며 기분이 묘했습니다. 슬픈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먹먹했고, 무거운 이야기인 것 같지도 않은데 자꾸 그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로맨스 영화처럼 설레는 대사도 없고, 운명 같은 드라마도 없는데, 이상하게 진짜 감정은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않고,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애써 아무 일 아닌 척 하는 그 관계들이 오히려 더 현실 같고, 이게 일반적인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정현이나 널리를 보면서 '나도 저랬었나, 그랬었던 것 같다' 싶은 순간이 여러번 있었죠. 좋아하면 들킬까 봐 더 무심하게 굴고, 사실은 기다리면서도 먼저 연락하면 질릴까 봐 참았던 적. 그 모든 '쿨한 척'이 사실은 상처받기 싫어서, 마음 들키기 싫어서 만든 방어막이라는 걸 이 영화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조용히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가끔은 사람보다 관계의 '형태'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귀는 사이인지 아닌지, 연애인지 아닌지 이름 붙이기 바쁜 세상에서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았던 시간, 그 마음 하나면 충분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걸 잊고 살지 않았었나 싶었습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그런 감정을 아주 담담하게 꺼내 보여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작'이 아니라 용기에서 오는 거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먼저 말하는 용기, 진심을 들키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앞에서도 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려는 마음.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얘기를 잘 못하는 저로서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은 오히려 평범한 일상 안에서 더 선명하게 빛나는 듯 했습니다. 같이 맥주 마시고, 서로를 슬쩍 바라보고, 말없이 걸어가던 그 소소한 장면들이 내가 겪었던 어떤 기억들과 겹쳐지면서 서로 한창 설레던 그 순간과 함께 더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꼭, 시간을 내어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 사랑을 말하지 못한 순간들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또한 내가 어떤 관계 속에서 얼마나 서툴렀는지를 돌아보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이 괜찮았다는 걸, 다만 그 시절의 나에게도 이해가 필요했다는 걸 조용히 말해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와의 사이에서 마음이 복잡한 날, 혹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 날, 그럴 땐 이 영화가 조용히 곁에 있어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가르치지 않고, 위로하지도 않지만 그저 네 마음, 나도 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