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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영화 걸(Girl)] 몸이 나를 앞질렀다. 정체성과 시선의 경계

by 돔디 2025. 3. 29.

영화 걸(Girl)의 줄거리

영화이 주인공 라라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15살 소녀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소녀들과 다르다. 몸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녀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성전환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영화는 라라가 새 학교, 새로운 발레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발레는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요구하는 예술이다. 그 안에 들어간 라라는 자신이 여느 발레리나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늘 조심스럽다. 발끝에 무게를 싣는 방식도, 물을 마시는 자세도, 옷을 갈아입는 순간조차도 주변을 의식한다. 하지만 그 조심스러움의 밑바닥엔 두려움과 자격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충분히 여자일까? 영화는 어떤 폭력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라라를 향한 시선은 끊임없이 존재한다. 선생님, 친구들, 심지어 관객의 시선까지도 그녀의 몸을 바라본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그 시선을 아주 차갑고도 정직하게 인물의 몸에 붙여둔다는 것이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샤워 장면, 거울 앞에서 몸을 쳐다보는 시선, 상처 난 피부를 바라보는 눈빛. 모두가 라라를 관찰하지만, 정작 라라 자신은 본인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는 라라가 외부의 인정보다 자신의 확신을 더 원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라라는 다 괜찮아?라고 묻는 아버지에게 응이라고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수술은 다가오고, 발레 수업은 점점 강도가 세지고, 몸은 점점 더 고통을 낳는다. 몸이 여성화되고 있지만, 라라가 느끼는 정체성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그 괴리 속에서 그녀는 조금씩 무너지고, 점점 더 무리한 시도들을 감행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는 가장 침묵하는 방식으로 절정에 다다른다. 라라는 침묵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감정이 이성을 이긴 순간, 혹은 그 반대의 순간처럼 보인다. 영화는 결코 그 행동을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상황까지의 모든 맥락을 따라오게 하면서, 관객이 직접 그 고통을 체감하도록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라라는 처음으로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녀를 정면으로 비춘다. 그 장면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고, 아름답고, 무표정하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설명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다.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걸(Girl)의 영화적 특징

영화의 특징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대사보다 시선과 카메라의 위치로 감정을 설명합니다. 주인공인 라라를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눈빛, 그리고 관객의 시선까지 영화 속에 포함이 됩니다. 정면보다는 옆모습, 설명보다는 침묵을 택하며 감정의 거리감과 고립을 시각화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트랜스젠더라는 주제를 감정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타인의 시선을 견디는 내면의 무게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라라는 말보다는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말을 합니다. 상처 난 발, 피로 물든 붕대, 단단히 고정된 테이프는 신체적 고통 이상의 상징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몸이 곧 심리의 표면이 되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발레의 절제된 움직임조차 라라에게는 자기를 증명하려는 행위가 됩니다. 그녀가 몸을 몰아붙이는 모습은 정체성의 갈등과 강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걸(Girl)을 보고 느낀점

이 영화를 보고 느낀점들을 얘기해 보고내 몸인데도 낯설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라라가 자신의 몸을 끝없이 통제하고 감추려는 태도였습니다. 몸은 보통 내가 나인 걸 증명해주는 도구처럼 느껴졌는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정체성과 충돌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몸인데도,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그 의미가 바뀐다는 사실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 살면서 한 번쯤은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있었던 때들이 생각이 났고, 라라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런 경험들 때문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예술로서만 바라보아지고, 특정 연예인들이 하는 것을 보고 우아하게만 느꼈는데, 발레라는 공간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평소 우아하다고만 느꼈던 발레가 이 영화에선 완벽함을 강요하는 폐쇄적인 세계로서 고통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라라는 그 안에서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훈련하지만, 동시에 가장 버티기 힘든 사람이기도 했죠. 신체에 대한 기준이 너무나 절대적이고, 라라는 늘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다 보니 아름다움보다는 공포와 고통의 감정이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무용수의 몸 이라는 틀 안에서 여성이라는 정체성까지 증명해야 하는 이중의 압박이 정말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느껴졌습니다. 끝으로 누구도 나 대신 내 고통을 정의할 수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라라를 돕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고, 다들 좋은 의도를 갖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라라의 고통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대변하지는 못하는 것읗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점에서 이 영화가 가장 정직한 감정 묘사를 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종종괜찮아?라는 말이 때로는 상처보다 더 무의미할 수 있고, 도움이란 결국 이해보다 특정한 공간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감정을 대신 말해주려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곁에 머무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하고, 상대방에게도 더 크게 다가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 걸, 꼭 한번 보고 또 다른 점들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