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라이프] 타인의 시선이 아닌, 존재 그 자체를 바라보는 영화, 줄거리, 감상평
스틸 라이프, 2013 줄거리영국에 한 사람이 있다. 영국 시의회에 근무하는 존 메이는 아주 특별한 일을 맡고 있다. 그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공무원이다. 세상과 단절된 채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해, 존은 그들의 집을 찾아가 흔적을 조사하고, 과거의 인연을 찾아 연락하며, 사진과 편지, 물건 하나하나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용히 복원해 나간다. 그리고 장례식에 사용할 음악을 고르고, 묘비에 새길 문구를 직접 정성스레 작성한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그는 혼자서 마지막 예를 다한다. 존의 삶은 철저하게 정돈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은 정확하고, 옷차림은 단정하며, 감정 표현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무표정한 얼굴 아래엔 누구보다 깊고 섬..
2025. 3. 30.
[존 오브 인터레스트] 벽 너머의 소음, 내부의 침묵. 공감의 부재를 마주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줄거리루돌프 회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사령관이다. 그는 아내 헤드비그, 다섯 명의 자녀들과 함께 수용소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저택에서 살아간다. 마당엔 정원이 있고, 아이들은 뛰놀며, 하녀와 정원사가 집안일을 돕는다. 겉보기엔 이곳은 평범한 중산층 독일 가정의 단란한 일상처럼 보인다. 아내는 화초를 가꾸고, 아이들은 애완견과 놀며, 루돌프는 출근길에 서류가방을 들고 나선다. 그러나 이 고요한 일상의 배경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악명 높은 대량학살의 현장, 아우슈비츠다.영화는 처음부터 수용소의 내부를 비추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히 그 '바깥'에 머문다. 우리는 수용소 너머의 세계를 직접 보지 못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들려오는 총성, 기계음, 사이렌,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관객의 감각..
2025.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