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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국가부도의 날] 누군가는 살 길을 알았고, 누군가는 끝까지 속았다. 줄거리, 결말

by 돔디디 2025. 4. 11.

개요(영화 국가부도의 날)

제목: 국가부도의 날, 감독: 최국희, 각본: 엄성필, 출연: 김혜수(한시현), 유아인(윤정학), 허준호(갑수), 조우진(재정부 차관), 뱅상 카셀(IMF 총재 역), 장르: 드라마, 경제, 역사, 개봉: 2018년 11월 28일, 러닝타임: 114분,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배경: 1997년 IMF 외환위기 실화 기반

줄거리(스포, 결말). 영화 국가부도의 날

1997년 대한민국. 수출은 부진하고,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데 정부는 경제는 견고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융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그 수치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국가 부도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계산으로 증명하고, 정부에 강력히 보고한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국민 혼란을 막는다는 명목 아래에서 오히려 그녀에게 IMF와의 비공개 협상에 동참하라고 요청한다. 한시현은 분노하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하며 공식 회의석상에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그녀의 외침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부는 철저히 침묵하고, 기업과 재벌에게만 조용히 위기를 전달하며 정리해고를 준비한다. 한편, 시장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감지한 투기 전문가 윤정학(유아인)은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흔들리는 걸 포착하고 곧 국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란 걸 직감한다. 그는 모든 자산을 처분하고 외환 시장에 환투기를 감행한다. 그 선택은 도박에 가까웠지만 결국 그는 정확히 적중시킨다. 국가가 부도 직전에 몰렸다는 발표가 나오는 날, 윤정학은 혼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수익보다 더 크게 남은 건 그가 보았던 거리의 무너지는 사람들과 줄지어 선 실업자들 그리고 사라진 기업들이다. 한시현은 마지막까지 국민에게 알렸어야 한다며 싸우지만, IMF 협상은 끝났고 이미 모든 결정은 내려진 후다. 정부는 결국 IMF로부터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다. 대신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시장 개방 그리고 대규모 해고라는 조건을 수용한다. 이 결정으로 대기업 수십 개가 무너지고, 수많은 가정이 해체되면서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 스스로가 위기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펼쳐진다. 국민들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국민의 헌신과 고통으로 덮인다. 영화는 마지막에 각 인물이 위기 이후를 어떻게 마주하는지 보여준다. 윤정학은 돈을 벌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공허함 뿐이다. 윤정학(허준호)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파산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앉는다. 한시현은 한국은행을 떠나며 조용히 말한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아무도 경고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영화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반복되는 위기들을 보여준다. 국가부도의 날은 위기는 지나가지만, 그때의 침묵은 여전히 반복된다고 말을 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의 특징

특징을 두 가지로 살펴보도록 한다. 네 개의 시선으로 구성된 입체적 위기 해설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단일 서사로 위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기 다른 입장에 있는 네 명의 인물(정부, 금융, 노동, 투기자)을 통해 위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한시현은 시스템 안에서 진실을 감지한 내부자이며 조우진의 인물(차관)은 정책 권력의 언어를 조율하는 권력자이고, 허준호은 실물경제의 무게를 짊어진 중소기업가이며, 유아인은 위기에서 돈 냄새를 맡고 움직이는 투기자로 볼 수 있다. 이 네 명은 마치 다큐멘터리 속 증언자처럼 서로 다른 현실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누구 하나를 절대적으로 미화하거나 악마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구조 속에서 어느 정도 정당성과 한계를 가진 존재로 묘사를 한다. 이건 단순히 캐릭터 분산이 아닌 위기의 본질이 하나의 관점으로는 설명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한 구조로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경제 영화이자 사회학적 모형 분석서에 가깝다. 두 번째 특징, 경고하지 않는 시스템을 고발하는 영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영화가 단순히 IMF 위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 위기가 아무에게도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는가를 추적한다는 점이다. 국가부도의 날이 다루는 핵심은 위기 그 자체보다 정보의 비대칭과 침묵의 조직화를 말하는 듯 하다. 실제로 위기는 이미 도래해 있으며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정보는 대기업 총수, 투자 전문가, 정부 고위 관료라는 선택된 사람에게만 공유됐다. 국민은 나중에야 뉴스를 통해 당한 줄 알게 된다. 이건 지금도 유효한 문제라고 본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관리되는가 그리고 그 침묵은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무너뜨리는가. 이 영화는 그러한 현실을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비추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작품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구조의 반복을 드러내는 미러 구조로 볼 수 있는데, 그 점에서 국가부도의 날은 과거에 대한 재연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난 후의 감상평

모두가 망하는 때에 혼자 살아남는 건 영광이 아니라 질문이다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부도의 날은 처음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고 그 이후에도 두 번 더 다시 봤다. 처음엔 IMF를 다룬 영화라는 정보만으로 관람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볼 땐 전혀 다른 영화처럼 다가왔다. 특히 이번 감상에서는 유아인이 연기한 투기자 윤정학의 선택이 가장 오래 남았다. 그는 냉정보다는 냉철했다고 다가왔다. 국가가 무너질 수 있다는 단서가 보이자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했고 결국 돈을 벌었고, 결과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때는 그의 선택이 기회주의자처럼 보였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솔직히 나라도 그 상황에서 비슷하게 움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도덕을 말하지만, 막상 살아남느냐 무너지느냐의 기로에 서면 어느 쪽이 나쁜 선택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윤정학의 돈 번 장면 이후에 그가 보였던 표정 때문이다. 누가 봐도 성공한 순간인데 그는 웃지 않았고 오히려 세상이 무너지는 걸 목격해버린 사람의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나에게 이런 생각을 남겼다. 만약 나도 위기 속에서 큰 돈을 벌게 된다면, 피해를 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그 책임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도덕이란 건 상황마다 기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을 때 얼마나 고민하느냐로 증명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 영화 속 정부와 고위 관계자들의 침묵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었다. 그건 의도된 전략이었으며 소수만 알고 다수에게는 감춘 진실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국가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국민이 모든 고통을 떠안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모습은 미화이기도 하지만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된 건 그 안에 담긴 현실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가 정보를 먼저 알았는지 누가 침묵하고 있었는지 그 침묵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버리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꼭 다시 추천한다. 국가부도의 날은 단순한 경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도덕과 생존, 시스템과 개인의 선택이 엇갈리는 순간을 다룬 작품이며 그 안에 있는 질문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듯 하다. 위기를 예측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정보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책임져야 하며, 그 모든 것이 끝난 후,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 이 영화는 그런 질문을 관객들 모두에게 묻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